[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11월은 유통업계 내에서 ‘쇼핑 대목’으로 꼽힌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가 겹쳐있기 때문이다.
원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인 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날부터 크리스마스·새해 시즌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뜻하는 말로, 쇼핑몰로 몰려든 소비자들로 인해 시즌 내내 직원들이 힘들어했다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1년 내내 적자였던 기업들이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을 기점으로 흑자를 기재한다는데서 유래됐다는 설들이 존재한다.
이 시기에 미국 내 쇼핑몰 등은 재고떨이를 위해 원가에 가까운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구름같이 몰리면서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명절이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대목으로 꼽히는 것처럼 미국 역시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소비가 대폭 늘어난다.
중국의 ‘광군제’는 11월11일로, 원래는 연인이 없는 싱글들을 위한 날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대형기업들이 편승해 마케팅을 펴기 시작하면서 상업적으로 변모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맞먹는 수준의 대형 할인행사로 자리 잡았다.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가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그 역사가 짧다. 그전에는 해외직구로 물건을 구입하는 일부 소비자들이나 알고 있던 내용들이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간 것이 시작이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과거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부터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코리아 세일페스타’가 시작됐다. 코리아 세일페스타는 매년 11월11일부터 11월30일까지 약 20여일간 진행된다.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가 포함된 기간이다.
올해 9년을 맞은 코리아 세일페스타 역시도 국가대표 배구선수 김연경을 홍보모델로 전면에 내세우며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참여로 더 많고 다양한 할인 품목과 할인율로 돌아왔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들도 활발하게 11월 대목을 준비하고 있다. 벌써부터 G마켓과 옥션 등은 11월6일부터 19일까지 연중 최대 할인행사 ‘빅스마일데이’를 진행하며, 11번가는 ‘그랜드 십일절’을 11월1일부터 11일까지, 티몬도 같은 기간에 ‘몬스터절’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GS샵은 11월1일부터 12일까지 ‘블랙 페스타’를 개최하며, 쿠팡은 ‘11월 패션위크’를 진행한다. 롯데마트, GS더프레시, 편의점CU 등도 할인행사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연다고 잇따라 소식을 전했다.
서울시에서도 해외 대규모 할인행사 시즌을 앞두고 11월 한달간 ‘해외직구 소비자피해예보제’를 발효하는 등 피해예방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물론 올해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할 수 있다는 업계 분석도 적지 않다. 중국과 미국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부동산 시장이 유례없는 침체를 겪으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가 1경 7100조원 가량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 때도 유커(客户)가 예상만큼 한국을 찾지 않아 면세‧화장품 업계의 실적 반등이 불투명해진 바 있다.
미국은 최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과거 채권 수익률 급등 이후 불황이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겹치면서 가계부채도 역대급으로 치솟은 상황이다.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온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정말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고 추가적인 소비에는 보수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