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질개선, 자연스러운 승계…두마리 토끼 잡는 3세들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삼성‧롯데‧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새로운 조직을 꾸리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3세 경영’에 시동을 건 기업들은 ‘신사업 발굴’이라는 중책을 젊은 3세들에게 맡기며 경영성과를 낼 것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체질개선과 함께 객관적 성과를 통한 자연스러운 승계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래사업기획단’을 출범한 삼성전자는 가전‧스마트폰 등을 맡고 있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산하에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핵심 기지인 ‘비즈니스 개발 그룹’을 신설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조직 ‘비즈니스 개발 그룹’을 신설하고 백종수 부사장이 비즈니스 개발 그룹장을 맡아 신사업 태스크포스(TF)장과 겸임하도록 했다.
DX 부문 산하 모바일경험(MX)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DA)사업부 등 3개 사업부에도 같은 명칭의 사업개발조직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이같은 행보는 경기침체로 인해 일부 제품을 제외한 세트사업 전반이 실적 부진을 겪은 만큼,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사업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비즈니스 개발 그룹은 기존에 설치한 ‘미래기술사무국’은 물론, 이번 조직개편에서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과 유기적으로 소통·협력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 속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 발굴에 힘쓰겠다고 강조한 만큼, 인공지능(AI)‧로봇‧바이오를 넘어선 미래 먹거리 사업에 보다 발빠르게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과 함께 ‘3세 경영’에 힘을 쏟는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그룹과 SK그룹이다.
먼저 롯데그룹은 최근 발표한 2024 정기임원인사 등을 통해 롯데지주에 ‘신사업 발굴 사업단’을 신설하고, 롯데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전무가 이를 총괄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통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신유열 전무는 롯데그룹 신사업 발굴 사업단 외에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한다.
현재 롯데그룹의 신사업 부문에는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 롯데정보통신 등이 있는데 이중 미래성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 경영에 롯데家 오너 3세가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셈이다.
SK바이오팜도 오너 3세를 전면에 내세우고, 미래 먹거리 사업인 바이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동시에 사업개발부 산하로 사업개발팀과 전략투자팀을 통합해 시너지 강화에 나섰다.
사실상 최윤정 본부장이 사업개발과 전략투자를 모두 총괄하는 셈인데, 이를 통해 SK바이오팜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 발굴과 투자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SK바이오팜은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서 3분기 75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미국 특허권 존속기간을 5년 연장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유럽시장까지 공략에 성공한다면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한화그룹 3세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지난달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는데, 김 부사장 역시도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부문 총괄과 함께 파이브가이즈 론칭 등 신사업을 발굴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주요 대기업 3세들이 ‘신사업’을 맡으면 경영수업과 함께 객관적 성과를 대외적으로 내보일 수 있게 되는 만큼, 성과를 바탕으로 한 자연스러운 승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사업 발굴로 승계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