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성전정화는 1305년 지오토 디 본도네가 그린 작품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꽃 피기 백여 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르네상스의 선구자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용은 예수가 성전 앞에서 장사를 하던 가축상인과 환전상을 향해서 채찍을 휘두르던 장면을 그린 것이다.
예수가 채찍을 휘두른 까닭
예수가 채찍을 휘두른 까닭에 대해서는 유대인들은 정기적으로 예루살렘 성전에 흠 없는 소, 염소, 양, 비둘기 등 제물을 바쳐 제사를 지내야 했다.
문제는 제물로 바칠 동물을 끌고 성전까지 오는 것은 멀리 사는 사람들에게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동물이 다치거나 병들어 죽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성전 바로 앞에서 영업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환전상은 높은 수수료를 받았고, 가축 장사꾼들도 바가지를 씌웠었다. 이른바 서민의 등골을 빼먹게 됐다.
특히 성전의 독점과 담합으로 인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 때문이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제사장과의 결탁 때문이다. 상인들이 성전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대제사장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로마 황제에게 뇌물 바치며
당시 대제사장은 로마 황제에게 뇌물을 바치며 직책 유지를 해나갔다. 즉, 성전 참배객들로부터 환전 수수료와 가축 매매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은 상인들이 대제사장에게 뇌물을 상납하고, 대제사장은 다시 로마 황제에게 상납하는 형태였다. 그러다보니 참배객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뽑아야 했다.
예수가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면서 채찍을 내리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성직자들이 독점과 담합으로 부당이득ㅇ르 취하는 행태에 대해 통렬히 비난을 한 것이다.
지오토 디 본도네가 살던 시대에는 가톨릭교회가 각종 부패와 폐단으로 종교개혁의 씨앗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쇄신을 절감하고 있는 때였다. 내부 정화를 상기하는 그리스도의 성전정화 그림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또한 소재 자체가 드라마틱하고 격렬해서 르네상스 말기에서 바로크에 이르는 시기에 활약한 화가들의 취양에 잘 맞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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