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기업 사냥꾼, 사모펀드의 ‘명암’…쇄신과 먹튀 사이
[산업리뷰] 기업 사냥꾼, 사모펀드의 ‘명암’…쇄신과 먹튀 사이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4.03.06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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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2020년 당시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감정은 극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슈퍼주총 위크’가 성큼 다가온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모펀드 소유의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갑질’이 있었는지 들여다본다는 취지인데, 결국 가맹점주들을 옥죄어 얻은 이익이 배당 등의 형태로 사모펀드 배불리기에 그쳤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에서 사모펀드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bhc치킨(MBK파트너스) ▲맘스터치(KLN파트너스) ▲메가커피(프리미어파트너스) ▲버거킹(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투썸플레이스(칼라일그룹) ▲한샘(IMM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있다.
자본시장에서 각종 M&A(인수‧합병)을 주도해 ‘기업 사냥꾼’으로도 불리는 사모펀드의 궁극적 목표는 ‘성공적 엑시트’다. 싼값에 기업 경영권을 확보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구입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때문에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면 경영방식이 수익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이어지고, 대규모 구조조정 칼바람이나 자산 매각 등이 진행된다.  문제는 성공적 엑시트를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프랜차이즈 사업’과는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의 경우, 본사가 가맹점에 물품과 고유의 노하우 등을 납품하고 가맹점이 운영을 맡는 형태기 때문에 가맹점주들과 본사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점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높이려면 그만큼 본사가 희생을 떠안아야만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모펀드의 품에 안긴 프랜차이즈 사업 본부의 경우, 가맹점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에 쉽게 휩싸인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bhc치킨‧버거킹 등이 집중포화를 맞았고 투썸플레이스는 막판에 꺼내든 상생안으로 국감 소환은 면했다. 최근 공정위는 bhc치킨과 메가커피를 상대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이들이 납품단가‧광고비 등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겨 불이익을 입힌 사례가 없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사모펀드는 무조건 나쁘다? 과거 선례도 많아 

많은 이들이 사모펀드는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사실 사모펀드가 무너진 기업 가치를 되살리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웨이’와 ‘남양유업’ 등이다.  현재 코웨이는 넷마블이 소유하고 있지만 기존에는 웅진그룹의 품에 있었다. 아직도 ‘웅진코웨이’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인수하고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2012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의 매각이 이뤄졌고 과감한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움직임이 시작됐다.  사모펀드 체제 하에서 코웨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가파르게 상승했고, 2015년에는 영업이익률이 20%를 돌파했다. 덩달아 몸값도 높아졌다. 2020년 코웨이는 최종적으로 넷마블의 품에 안겼다. 코웨이를 인수했던 MBK파트너스는 6년여 만에 코웨이를 떠나보내며 1조원 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최근에는 남양유업이 사모펀드의 선례 중 하나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홍원식 회장 일가가 있던 시절의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경쟁사 비방 댓글 지시, 코로나19 불가리스 사태 등 숱한 논란을 빚으며 ‘오너 리스크’의 중심에 섰다.  끝내 홍 회장이 대국민사과 후 사임의사를 밝히고 본인과 가족들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겠다고 계약까지 맺었지만, 홍 회장 측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결국 홍 회장 일가가 지분을 한앤코에 넘겨야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지만 홍 회장은 지금까지도 고문 자리와 차량 등을 요구하며 ‘버티기’를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모펀드에 대한 반감이 강한 국민들이지만, 남양유업에 대해서만큼은 하루빨리 사모펀드가 나서 기업을 정상화 시키기를 바라는 눈치다.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본격적으로 남양유업에 대한 경영에 나선다면, 홍원식 회장 일가의 역사를 담은 ‘남양’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유업체가 재탄생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파이낸셜리뷰 DB
/사진=파이낸셜리뷰 DB

수치상으로는 ‘쇄신’…내부자들은 불만, 사모펀드의 그림자

사모펀드가 경영을 맡게 되면 수치상으로는 ‘쇄신’이 이뤄진다.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이익은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개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필요한 비용’에 상생이 포함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공정위에서 사모펀드를 정조준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정감사에서 수많은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협의도 없이 과도하게 원자재 공급가격과 소비자 판매가격을 인상하는가 하면, 본사가 떠안아야할 광고비까지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폭로했다. 가맹점주들이 신음하는데도 배당은 꼬박꼬박 챙겨갔다. 점주들은 부당이득 반환 소송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며 거센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지금의 ‘한국형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 기업‧은행‧채권을 사냥하며 먹튀‧국부유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외국계 사모펀드들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자본시장의 큰손인 이들 한국형 사모펀드도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행동주의펀드도 그렇고 움직임들이 상당히 공격적이다.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방패삼아 대놓고 요구사항을 내놓는가 하면 동반자 관계보다는 적대적 M&A를 꾀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며 “한국형 사모펀드도 결국 사모펀드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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