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집, 연매출 2000억 돌파…급속도의 성장세
가구·인테리어 업계, 출혈 경쟁 속 적자의 늪 탈출할 수 있을까
가구 1위 한샘, 매출액 부진…어쩌다 이 지경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어려운 시장 환경에 가구 업계는 한동안 매출 부진을 이어가며 주춤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사업을 확장하며 2년 연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표 가구·인테리어 업계인 현대리바트와 에넥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5521억, 2306억으로 2년 동안 12%, 14.3% 소폭 성장했다. 반면 한샘의 경우 매출액이 1조 4877억을 기록하며 2년 전보다 16.1% 줄어 역성장한 모습이다.
반면 버킷플레이스의 매출액은 2241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32.7% 증가했다. 2년 전 매출액인 1171억과 비교했을 때 90.6% 성장하며 몸집을 2배 가까이 부풀린 셈이다.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각각 63억, 206억, 70억으로 전년 대비 손실 폭은 모두 줄었다. 모든 사업 분야에서의 원가 절감과 유통망 강화로 체질 개선을 시도한 결과다. 버킷플레이스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진 못했다. 다만 손실액이 130억원으로 전년(493억원)보다 73.6%나 감소했다.
매출액 부진과 적자의 늪이 계속되는 가운데 에넥스는 B2B(건설사 특판·자재판매)에 치중된 사업구조가 직접적인 부진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경기가 악화하고 분양 물량 등이 급감하면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샘과 현대리바트도 최근 B2C 사업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B2B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인테리어 3사의 '출혈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오늘의집은 커머스 전반의 매출이 상승하면서 전체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오늘의집은 지난해 가구, 패브릭, 홈데코 등 핵심 인테리어 카테고리에 더해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까지 상품 셀렉션을 넓혀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오늘의집 측은 고객 취향에 맞춘 상품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을 개선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신사업도 빠르게 성장하며 수익성 강화에 역할을 했다. 지난해 본격화한 광고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테리어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고객 행동에 기반한 머신러닝 상품 추천을 통해 높은 효율을 만들어 광고주 수가 급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요 지표도 상승세를 보였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오늘의집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3000만명을 돌파했으며, 커머스 누적 거래액은 5조원을 넘었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통계청 소매가구 판매액 기준 가구·인테리어 업계가 2년 연속 역성장하는 가운데 성장을 거둬 의미가 더 깊다"고 전했다.
지난해 오늘의집은 입점 파트너를 위한 대대적인 시스템 인프라 개선에 나섰다. 또 업계 불황에 따라 스타트업 대부분이 채용을 줄였던 것과 달리, 개발자 대규모 채용도 진행했다.
현재 오늘의집은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3개국에서 글로벌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커머스 사업이 아닌, 콘텐츠와 커뮤니티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한샘과 현대리바트, 에넥스는 입찰 담합과 대리점 갑질 등 불공정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연속 제재를 받은 바가 있어 실적 개선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현대리바트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빌트인 가구와 관련해 10년에 걸친 장기간의 입찰 담합을 벌이다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적자 폭을 줄이며 유동성 회복에 나서는 듯했으나 이번 과징금 부과로 또 다시 재정적인 어려움에 부닥치게 됐다.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는 각각 22개 건설사가 발주한 입찰에서 담합해 가장 많은 건설사를 상대로 담합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샘은 211억 5000만원, 현대리바트는 191억 2200만원, 에넥스는 173억 9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전국적인 범위에서 저지른 고질적인 담합으로 대다수 국민들의 주거공간인 아파트의 분양원가 상승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번 제재로 가구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