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잘라파고스는 일본의 갈라파고스화를 의미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일본의 고립화를 의미한다. 일본사람들이 일본만의 독자적인 것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잘라파고스는 일본이 글로벌시장을 진두지휘할 때에는 상당히 독창적이면서 글로벌 리더로 추앙을 받을 수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후퇴를 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글로벌 시장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잘라파고스 사례들
잘라파고스 사례들은 여러 가지 있다. 일본 국민 중 아직도 피처폰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아직도 일본 내에서는 피처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샤프의 전자책 단말기와 e북 서비스도 사용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1980년대에는 일본이 비디오 게임 시장을 주도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콘솔 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리는 수준이 됐다. 이는 앞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으면서 콘솔 게임 시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더 이상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는 것 역시 잘라파고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최근 들어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신용카드 사용이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IT산업 역시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문화 콘텐츠에 전세계적으로 열광을 했지만 현재는 일본 문화 콘텐츠를 전세계가 열광하지 않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 러브레터 등 수많은 명작을 쏟아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 영화는 침체기를 겪으면서 수출 역시 저조하다.
문제는 일본 영화 시장에서 외산 영화 개봉이 느리다. 미국 작품의 경우에도 최소 6주 이상을 기다려야 개봉이 된다.
도장과 팩스
그나마 최근 들어 변화가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도장과 팩스이다. 도장을 근절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도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코로나19 당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났지만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출근도장을 찍고 난 후에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팩스 역시 전세계에서 가장 보급률이 높은 나라다. 최근 들어 팩스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팩스는 주요한 통신 수단 중 하나다. 특히 고령층이 많기 때문에 이들은 팩스를 이용한다.
플로피 디스크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물론 거의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라파고스화 대표적 상징은 아이돌
잘라파고스의 대표적 상징은 ‘아이돌’이다. 음악 평론가들은 J팝이 잘라파고스가 심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AKB48로 대표되는 아이돌이 실력보다는 상업성과 마케팅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멤버을 선발할 때에도 실력과 스타성에 중점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뽑기 일쑤다.
여기에 악수회와 총선거 등을 통해 음반시장을 좌우하면서 스타성과 실력이 없어도 누구나 인기가 많은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불과 1990년대까지 J팝은 전세계에 잘 나가던 음악이었지만 잘라파고스화 되면서 전세계에서 J팝을 찾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J팝의 잘라파고스화를 심화시킨 것은 엄격한 저작권 때문에 유튜브 등 해외 스트리밍이 막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수 뮤직비디오 묶음집 등 오프라인 판매가 이뤄지면서 ‘먹고 살만’(?)한 일본 음반 시장이 잘라파고스화를 더욱 부추겼다는 평가다.
즉, 전세계 음반시장에서 일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다른 나라는 스트리밍을 통해 음반 유통이 이뤄진다면 일본은 CD를 구매하거나 LP를 구입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잘라파고스화는 왜
이처럼 일본이 잘라파고스화가 된 이유에 대해서 섬나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불교와 신토의 영향으로 컴퓨터로 쓰거나 디지털 방식 등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성의 없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 시장이라는 특수성이다. 일본 국민이 1억명 정도 되기 때문에 굳이 해외에 눈을 돌리지 않아도 일본 기업들은 ‘먹고 살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일본 시장에 국한된 그런 경영을 펼치다보니 점차 잘라파고스화가 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문자 체계가 디지털에 맞지 않다. 우리나라 한글은 디지털에 걸맞는 문자이지만 일본의 문자는 한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와 더불어 오타쿠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것이 잘라파고스화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특정 수요계층이 나오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특정수요계층의 수요에 맞추면 ‘평타’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혁신’에 나설 이유가 사라졌다. 게다가 일본의 소비자들은 ‘혁신’보다는 ‘익숙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일본 기업들로서는 굳이 혁신에 나설 이유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