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대동아공영권은 대동아 사람들이 공동으로 번영하는 권역이라는 뜻으로 일본제국이 내세운 영토 확장 정책의 ‘구호’이다. 아시아 민족이 서양 세력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되려면 일본제국을 중심으로 대동아공영권을 결성해서 서양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는 구호이다.
1940년 8월 1일 마쓰오카 요스케(松岡洋右) 외상의 담화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일본제국은 메이지유신을 단행하면서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내세웠다. 즉,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940년 대동아공영권을 들고 나오면서 아시아 민족이 일본제국 중심으로 서양세력을 몰아내자는 구호를 내세우게 됐다.
중일전쟁, 하지만 답보상태에
일본제국이 노구교 사건을 계기로 중일전쟁을 일으키고, 난징대학살을 전개하면서 중국 전역을 모두 석권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 하지만 장제쓰는 충칭에서 계속해서 저항을 이어가면서 중일전쟁은 중장기로 흐르고 있었다.
일본제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자원 확보’였다. 그러자면 일본제국 경제 블록을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기존 열강의 식민지인 오세아니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전역을 석권해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했다.
일본은 중일전쟁을 치르면서 석유, 철강, 고무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그것을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오세아니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는 서구 열강의 차지였고, 서구 열강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물자 수탈은 서구 열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제국은 이들 지역을 차지함으로써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면서 일본제국은 이들 지역을 해방시킨다는 명목으로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운 것이다.
히틀러 나타나면서
일본제국이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운 또 다른 이유는 서구유럽에서 히틀러가 나타나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럽 전역을 먹어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제국의 협력국인 독일이 유럽 전역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면서 기존 유럽 열강이 동남아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해당 지역에 일본제국이 군대를 몰고 갈 수 없기 때문에 내세운 논리가 바로 대동아공영권이다. 서구 열강을 몰아내는 ‘해방군’으로서의 이미지 세탁을 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는 일본군을 해방군으로 초반에는 알았다.
문제는 대동아공영권의 실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군은 해방군이라고 떠들고 다녔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경제블록을 확장시킨 개념에 불과했다. 그것은 물자수탈 및 독립운동가 탄압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너네들의 해방을 위해 우리가 열심히 서구 열강과 싸우니 물자를 내놓으라”는 식으로 물자수탈을 하고, 이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탄압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너무나 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결국 일본의 식민지는 곧바로 연합군의 일원으로 들어가서 일본군과 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