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52년 8월 29일은 존 케이지의 피아노곡 ‘4분 33초’가 초연된 날이다.
피아노곡 ‘4분 33초’은 4분 33초 동안 피아노 연주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퇴장하는 것이 전부인 음악이다. 피아노곡이지만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 피아노 앞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연주다.
노래는 피아노 연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연장의 소음, 관객들의 소리, 기침소리, 냉난방기 등의 소리이고, 음악에서의 고요함이란 각 음이나 소리 사이를 구분하는 도구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피아노곡 ‘4분 33초’이기 때문에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지만 연주 시간이 짧아도 되고 늘어나도 된다.
충격적인 연주회
1952년 8월 29일 미국 뉴욕 우드스톡 야외공연장에서 첫 공연이 열렸는데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는 피아노 앞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관중들이 당황해 했다.
그 이후 피아노곡 ‘4분 33초’는 현대 음악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이후 여러 연주자에 의해 피아노곡 ‘4분 33초’가 연주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연주자도 당황해했고, 관중들도 당황해 했다. 심지어 TV를 시청하던 시청자들도 당황해 했다. 침묵 속에서 연주자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4월 8일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예술의전당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 2악장부터 몇몇 관객이 일부러 박수 소리, 전화벨 소리를 내거나 아리랑을 부르는 등 제 나름대로 곡의 의도를 의식한 듯한 행위들을 했다.
심지어 저작권도
피아노곡 ‘4분 33초’는 연주자가 피아노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심지어 저작권이 있다. 음악 스트리밍서비스에서도 저작권료가 꼬박 나온다. 이에 유튜브 등에서 만약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으로 이어진다면 저작권료 징수를 한다는 유머도 있다. 물론 우스개 소리이고 실제로 징수는 되지 않는다.
존 케이지가 1992년 사망했기 때문에 저작재산권은 사망 후 70년인 2062년까지 인정된다. 다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는 피아노곡 ‘4분 33초’의 저작권은 등록돼 있지 않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피아노곡 ‘4분 33초’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는 나라도 있다. 이런 이유로 상업적 목적으로 피아노곡 ‘4분 33초’를 연주한다면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