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치킨게임
[역사속 경제리뷰] 치킨게임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4.09.30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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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치킨게임은 게임 이론에서 제시하는 게임의 형태이다. 한쪽이 이길 때까지 서로 피해를 무릅쓰고 경쟁하는 게임이다.

1950년대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놀이로 두 명의 운전자가 서로 정면충돌하는 코스로 질주를 해 먼저 피하는 쪽이 지는 게임으로 먼저 회피한 사람을 치킨(겁쟁이)라고 부르면서 치킨게임이 됐다.

오늘날 치킨게임은 경제학의 이론 중 하나가 됐다. 기업 간의 경쟁에서 얼마를 손해 보든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출혈경쟁을 펼치는 것을 치킨게임이라고 하기도 한다.

출혈경쟁이 치킨게임 상태에 접어들게 된다면 아무리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이라고 해도 그 피해는 상당하다.

경쟁사는 물론 함께 경쟁했던 경쟁회사 역시 큰 출혈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쟁사는 물론 경쟁을 했던 회사 역시 시장에서 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치킨게임 성공 사례

치킨게임의 성공사례는 2008년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이다. 당시 도시바, 엘피다 메모리 등이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최종 승리를 했다. 그것은 낮은 원가, 풍부한 자금력과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것은 삼성전자가 그만큼 경영혁신 등을 통해 건실한 회사가 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다른 반도체 경쟁 회사들은 그만큼의 원가 경쟁에서 밀려났으며, 풍부한 자금력도 없었고, 강력한 의지도 없었다.

치킨게임의 또 다른 사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수급전쟁이었다. 제2차 석유 파동으로 인해 1981년 석유값이 고점을 찍고,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때 사우디에서 감산을 해서 유가를 유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원유가격 자유화를 선언하면서 사우디아라비에서는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영국과 사우디가 치킨게임으로 석유생산량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석유가격은 바닥을 찍게 됐고, 미국 석유업체들은 버틸 수가 없게 되자 미국은 사우디와 협약을 맺어 석유전쟁을 끝내기로 합의를 했다.

치킨게임 막아야 하는 이유

치킨게임은 시장의 경쟁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호재가 될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치킨게임이 끝나고 나면 소비자들의 고통이 시작된다. 그 이유는 치킨게임에서 승자 기업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즉, 인위적 독점시장을 만들어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자 한다.

물론 정부나 국제사회에서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치킨게임 승자 기업을 견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치킨게임이 일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불황 속에서 수요가 부족해지면 남는 공급량을 해결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과정에서 치킨게임이 일어난다.

또 다른 요인은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경쟁사가 극소수일 경우에 일어난다. 통상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회사가 먼저 치킨게임을 걸고, 자금력이 약한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다가 결국 자금력이 약한 회사가 도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선도기업을 무너뜨리기 위한 치킨게임도 있다. 통상적으로 선도기업은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대기업이 자금력만 믿고 시장에 진입해서 선도기업을 무너뜨리고 해당 원천기술을 장악해서 독과점 시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치킨게임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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