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ESG 보다 소비자 불편에 대응 “편의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
‘종이빨대’ 불편함, 판매 감소로 이어져…20개월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종이빨대로는 포장지가 뚫리지 않아 소비자 불편이 속출했던 농심 음료 브랜드 ‘카프리썬’이 결국 기존의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간다.
그동안 농심은 종이빨대 품질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지만 소비자들로부터 플라스틱 빨대로 다시 바꿔달라는 요청이 끊이질 않았고, 불가피하게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농심이 카프리썬의 빨대를 종이빨대로 바꾼 것은 지난 2023년 2월의 일이다. 친환경을 핵심으로 한 ESG경영의 일환이었지만, 종이빨대가 포장재를 잘 뚫지 못하고 계속 부러지고 구겨지자 소비자 불만이 폭증했다.
그뿐이랴. 오래 먹다보면 종이빨대가 흐물흐물해져 특유의 종이냄새가 음료 맛을 해치는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 카프리썬의 주요 소비층이 어린아이들이었던 만큼,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거셌다.
농심은 2023년 7월 종이빨대 절단면 각도를 조정했고, 11월에는 표면 처리로 빨대 강도를 보완하는 등 2차례에 걸친 품질개선에 나섰지만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소비자 불만이 카프리썬 판매 감소로 이어지면서 매년 900만 박스를 유지하던 농심 카프리썬 판매량은 2023년 13%, 올해 3분기까지는 추가로 16% 감소했다.
결국 농심은 11월부터 카프리썬에 제공되는 빨대 소재를 종이에서 다시 기존의 플라스틱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카프리썬의 빨대를 종이빨대로 바꾼지 약 20개월 만의 일이다.
농심 관계자는 “그동안 계속된 종이빨대 품질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빨대로 다시 바꿔달라는 소비자 요청이 이어져 변경하게 됐다”며 “이번 변경은 소비자 편의를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다. 그러나 농심은 플라스틱 저감화 등 환경보호를 위한 변화와 정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한편, 농심은 생생우동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고 묶음포장을 밴드로 교체하거나 봉지면 묶음포장의 잉크를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플라스틱과 잉크 사용량을 감축해왔다. 지난해는 제품의 포장방법과 재질 변경으로 1990톤의 플라스틱을 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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