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현민과 정운호 데자뷰
[기자수첩] 조현민과 정운호 데자뷰
  • 남인영 기자
  • 승인 2018.04.22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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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지금 그녀는 그때 그 물컵을 원래의 용도에 맞게 물을 마셨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조현민 전무는 아침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제작비를 한 푼도 주지 마라"라고 소리를 지르며 상대방에게 물을 뿌렸다. 이후 물벼락 사태는 조 전무의 모친인 이명희 이사장이 운전기사·가정부·직원 등에게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대한항공 오너 일가로 확대됐다.
이쯤 되자 갑질에 견디지 못한 ‘을’들이 SNS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오너 일가의 일탈을 제보하기 시작했다. 이명희 이사장이 인천 하얏트 호텔의 조경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화단에 심겨 있던 화초를 뽑아 얼굴에 던졌다거나, 이 이사장이 사적인 일에 회사 직원을 동원하고 회사 업무에 참여하며 월권을 행사했다는 증언도 모두 대한항공 직원들의 입에서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에서 조 전무의 개인·업무용 휴대전화 2대와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의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압수해 분석 중이다. 이명희 이사장에 대해서도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관세청도 나섰다. 밀수 여부 사실 확인을 위해 조양호 회장 일가의 최근 5년간 신용카드 사용 내역 조사에 나섰다. 조양호 회장 일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면 오너 일가 전부가 배임이나 탈세 등의 혐의로 형사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당사자가 진정성 있는 빠른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했다면 끝날 일을, 버티고 버티다가 사태를 키운 셈이다. 국민 감정을 건드렸고,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현재 국민들은 청와대에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이라는 이름을 빼라고 청원했고, 갑질에 지친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너 일가의 일탈을 앞다퉈 언론사에 대한 제보는 진행중이다. 앞서 지난 2014년 12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저의 여식이 어리석은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땅콩회항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땅콩회항 사건 이후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지금까지 대한한공 오너 일가는 직원들을 머슴 부리듯 했고, 협력업체에는 온갖 갑질을 일삼았다. 22일 조양호 회장은 4년전과 비슷한 맥락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대한항공 조현아·조현민 자매는 사퇴했다. 하지만 이들 자매의 사퇴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경찰 조사는 시작됐고, 관세청도 오너 일가 밀수 의혹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나비효과’처럼 조현민 전무가 던진 물컵은 한진그룹 전체의 경영위기로까지 내몰은 모양새다. 이는 지난 2016년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로 시작된 일련의 상황들과 여러 모로 겹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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