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활황이었던 지난해 증시와는 반대로 올해 들어 국내 증시의 분위기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때문에 증권업계의 수익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순이익 거둬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분기 증권사 55곳의 당기순이익은 1조2467억원으로 직전 분기 기록한 1조4507억원 대비 2040억원14.1% 감소했다.
하지만 1분기와 합산한 상반기 순이익은 총 2조6974억원으로 지난 2007년 상반기 기록한 2조5702억원 이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2분기 누적 기준 증권사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5%로 전년 동기 3.9% 대비 1.1%포인트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분기 중 증권사의 수수료수익은 2조7067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819억원(3.1%) 늘었다.
이는 1분기에 이어 수탁수수료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기업금융(IB) 관련 수수료도 직전 분기 대비 951억원(25.6%) 증가한 결과다.
반면 자기매매 이익은 1조424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506억원(12.6%) 감소했다. 주식과 채권 관련 이익은 모두 늘었으나 파생 부문에서 6272억 원 손실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초지수가 하락하고 조기상환이 감소하면서 파생결합증권의 평가·상환손실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55곳의 자산총액은 447조6000억원으로 직전 분기(424조3000억원) 대비 23조3000억원(5.5%) 증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 채권 보유액이 6조4000억원, 대출채권이 3조원 증가했다.
증권사의 평균 순자본비율은 552.9%로 전 분기 대비 30%포인트 감소했다. 평균 레버리지비율은 685.3%로 전 분기 대비 24.9%포인트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ROE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증시 ‘불황’에도 11년 만에 최대 순익 원인은 ‘수탁 수수료’
증권업계가 11년 만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증권업계에서 말하는 '박스권' 장세란 일정한 가격 상한과 하한선 안에서 주가가 움직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는 연초 2470선에서 출발해 1월 말 장중 2600선을 넘어서며 지난해와 같은 좋은 흐름을 탔지만 이내 분위기가 꺾여 상반기 내내 2300~2400선 주변을 맴돌았다.
투자자들은 보통 상승장에서는 주가가 고점에 이를 때까지 기다린 뒤 매도하지만 박스권 장세에서는 최저점을 찾기 위해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주가가 박스권일 때 투자자들은 돈 벌기가 어렵지만 증권사들은 오히려 매매 수수료 수입이 늘어 수익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증권사가 주식 중개를 대가로 벌어들인 수탁수수료 수익은 2조748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1조8962억원과 비교해 무려 두배 가까이 늘어난 45% 급증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상 압박으로 인한 한국은행의 움직임 등 대내외 환경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명철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상반기 증권사들이 최대 수익을 거두긴 했지만 금리 인상 등에 따른 대내외 잠재 위험요소가 적지 않고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 수도 있는 만큼 증권사 취급 부동산 금융에 대해서도 상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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