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경총, 현행 상속세율에 반기...“뜨거운 감자 될까”
[긴급진단] 경총, 현행 상속세율에 반기...“뜨거운 감자 될까”
  • 이성민 기자
  • 승인 2018.12.09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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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그동안 재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던 ‘상속세율’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회(이하 경총)이 현행 50%에서 25%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며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상속세율, 현행 50%→25%로 줄여야

9일경총은 상속세 및 증여세 법안을 포함해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상법, 공정거래법 등 8대 법안에 대해 123쪽에 달하는 종합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상속세율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의견서에 따르면 경총은 의견서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활동을 장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 관계자는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적인 고용.근로제도에 따른 고비용·저생산성 경제체질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기업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이 집중적으로 입법 발의되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기업들의 경제 심리도 저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경제 활력을 회복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총은 상속세 세율을 25%까지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가업에 축적된 경영 노하우와 전통을 계승하고 기업의 영속성 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보다 불리한 상속세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출처=한국경영자총회
손경식 경총 회장./출처=한국경영자총회

현행 韓 상속세율, 세계 최고 수준

경총은 현행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에 대해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일본이 55%로 한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식 할증평가(10~30%)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 최고세율은 일본보다 높은 최대 65%가 된다.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상속세를 아예 폐지한 국가도 있다. 캐나다는 지난 1972년 상속세를 전면 폐지했으며, 호주와 이스라엘, 뉴질랜드, 포르투칼, 슬로바키아, 멕시코, 으웨단,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러시아 등도 상속세 폐지에 동참했다. 뿐만 아니라 복지의 천국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북유럽의 위치한 노르웨이와 핀란드, 덴마크 등 국가들은 10%대의 상속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기업 승계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값은 26.5% 수준이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도

과도한 상속세율로 인해 자신의 지분을 전부 처분하며 경영권을 포기하거나 사업 거점을 아예 해외로 이전하는 등 국부유출로 이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부산에 위치한 중견 조선기자재업체 대표 A씨는 몇 달 전 자신의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자녀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기가 여의치 않자 더 늦기 전에 경영권을 넘긴 것이다. 또 다른 제조업체 대표 B씨는 생산거점을 부산에서 아예 베트남으로 옮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기자재업체 A 대표는 “최저임금 등 경영환경이 나빠진 상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의 투자의지를 꺾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총 관계자는 “상속세 부담은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저하시키고 경영상 불확실성을 높인다”며 “경영권 매각 사례가 발생하고 기업 해외이전이 검토되는 등 국부 유출 및 성장 잠재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더욱 심각

최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약 70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내야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기업의 경우는 막대한 자금동원력으로 인해 그나마 상속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자금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들이다. 중소기업들은 많은 경우 예비 된 자금이 없다보니 회사 주식을 대거 처분하거나, 주식으로라도 물납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처=바이오제네틱스
출처=바이오제네틱스
실제로 콘돔 생산 1위 업체인 유니더스(현 바이오제네틱스)는 창업주가 별세하자 아들인 김성훈 대표가 세금 분할 납부를 신청하며 경영의지를 밝혔지만 약 50억원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지난해 11월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손톱깎기 제조사로 1등을 달리던 쓰리세븐은 창업주 별세 후 유족들이 150억원의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해 지분 전량을 중외홀딩스에 매각했다. 중견 건설회사인 요진건설산업은 2014년 故 정지국 회장 별세 후 2015년 6월 사모펀드에 총 지분의 45%에 해당하는 경영권을 매각했다. 이후 공동 창업자인 최준명 회장이 지난해 말 지분을 재매입하면서 사모펀드는 2배 이상의 차익을 벌어들였다. 대부분이 '상속세 폭탄'에 창업주가 평생 일궈온 기업을 어쩔 수 없이 넘긴 사례다. 락앤락은 창업주가 지난해 말 지분을 매각했고, 까사미아도 상속세 부담을 원인으로 올해 1월 신세계에 경영권을 넘겼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업화 시대였던 1960~1970년대에 문을 연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2~4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줘야 할 시점”이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율 탓에 기업 승계가 어려운 상황으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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