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28일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참석했다. 진수줄(테이프)을 끊어 배의 안전을 기원하는 여성 주빈의 역할을 맡았다.
김 여사는 이날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진수식에 참석해 선박과 진수식장 사이에 연결된 밧줄을 끊었다.
김 여사의 공식 활동은 지난 1일 스페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귀국길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잠행에 대한 공식적인 이유로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을 들었지만, 내부적으론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이유는
건조한 배를 물에 띄우는 것을 진수라고 한다. 이때 행사를 여는데 진수식이라고 부른다. 진수식에는 명명식과 진수줄을 끊는 것과 샴페인병을 깨뜨리는 것이 주요 행사 내용이다.
진수식의 역사는 고대 바이킹으로부터 이어졌다. 바이킹 당시 노예들을 제물로 바쳤다. 이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제물을 바침으로써 안전한 항해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동물이나 과일 등을 바치는 행사로 바뀌게 됐고, 서유럽의 경우 18세기부터는 사제를 불러 포도주를 바치는 풍습으로 바뀌었다. 포도주가 ‘피’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뱃머리에 포도주병을 깨뜨리는 의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포도주가 곳곳에 튀는 장면은 마치 피가 곳곳에 뿌려진 것과 같은 끔찍함을 연출하기 때문에 하얀색 ‘샴페인’으로 바뀌었다.
샴페인 병을 던지는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포세이돈에게 피를 바치는 전통에서 이어져 왔기 때문에 샴페인 병이 깨지지 않으면 그 배의 함생은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했다.
타이타닉호도 샴페인 병이 깨지지 않았고 첫 항해 때 막대한 인명 사고를 냈다. 소련에서 건조한 K-19 잠수함은 원자력 잠수함이었는데 역시 샴페인 병이 깨지지 않으면서 각종 사건사고를 냈고, 결국 방사능 피폭 사고까지 발생했다.
1975년 11월 10일 캐나다 온타리오 오대호에서 일어난 에드먼드 피츠제럴드 화물선 침몰사고가 발생했는데 역시 진수식 때 샴페인 병이 깨지지 않았다.
진수줄 끊는 것은 여성이
또한 도끼로 진수줄을 절단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 때부터 있어왔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 그런 영국의 여왕으로서 진수식에 참석해서 진수줄을 끊었다. 그리고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기간이 64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왕의 진수줄 끊는 것은 그대로 전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진수줄을 끊는 것은 태아가 출산을 해서 탯줄을 끊는 것과 비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토리아 여왕 사후 남자가 왕이 되면서 그 전통을 선주의 딸이나 아내, 군함은 남성의 부인이나 딸이 하게 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군함은 대통령 부인이 주로 진수줄을 끊어왔다. 이런 이유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우자 육영수 여사를 비롯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진수식에 참석해서 진수줄을 끊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8년 9월 14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한국 최초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에 김정숙 여사가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8월 13일 1800t급 잠수함인 ‘김좌진함’ 진수식에 참석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선박 진수줄을 끊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72년 진수식에서도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서 참석해서 진수줄을 끊은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