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조선시대에 역사를 바꿔버린 노비 송사가 있었다. 그것은 순흥 안씨와 여사 송씨 간의 노비지위확인 소송이었다. 안돈후라는 인물이 1460년 과거에 합격하면서 벼슬로 봉산군수가 됐다. 이에 노비 중금이라는 여인을 첩으로 맞았다. 문제는 해당 여인이 다른 사내로부터 ‘감정’이라는 딸을 낳아 기르고 있었다. 하지만 안돈후는 개의치 않고 첩으로 데리고 왔고, 딸을 잘 보살펴 키워 송씨 사내와 혼인을 시켰다.

안돈후 아들이 정승반열에 올라

안돈후 아들인 안당은 좌의정에 올랐고, 첩의 딸인 감정의 아들 송사련 역시 주인의 배려로 노비이면서 글을 익혀 정계 실력자들과 교류했다. 하지만 노비이기 때문에 신분 상승의 욕망을 불타올랐고, 결국 ‘안돈후’의 아들인 ‘안당’이 ‘권전’ 등과 공모해 심정, 남곤 등을 제거하려고 한다는 밀고를 하게 됐다. 이에 안당은 물론 아들들도 참수형에 처해졌는데 유죄 근거가 감정의 아들 송사련이 성이 다르기 하지만 천륜을 아는 사람이 외할아버지 자손을 무고하겠다는 것이었다. 송사련은 하루아침에 노비 신분을 벗고 고위 공직자가 됐으며 자손들 역시 번창하기 시작했다.

45년 후 안당의 관직이 복권되면서

하지만 45년이 지난 1566년 송사련의 어미인 감정은 안당의 가문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천륜으로 볼 때에도 얼마든지 무고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안당의 관직이 복권됐다. 안당이 복권되자 그의 증손인 안정란은 복수를 위해 노비관리청인 장예원에 노비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인 안정란의 주장은 여산 송씨가 과거 순흥 안시의 노비였다가 무고로 면천됐기 때문에 주인이 복권한 이상 여산 송씨는 다비 노비로 환천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피고는 노비라도 2대 이상 양역에 종사한 자손은 노비 신분을 면할 수 있다 또는 노비를 면한 지 60년이 지난 사람은 도로 환천하지 않는다는 경국대전의 법 규정을 들어 항변했다. 1566년 제기된 소송은 1586년이 돼야 순은 안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송익필을 포함한 70여명은 노비가 됐다. 하지만 송익필을 포함한 70여명의 노비들은 해당 결과를 승복할 것이 없었고, 1589년 기축옥사를 계기로 정여립 모반 사건이 발생하자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면천되면서 신분 회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