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하남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감기에 걸린 아이를 위해 대원제약의 ‘콜대원 키즈’ 제품을 구매했다가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약사로부터 받은 ‘콜대원키즈 노즈에스시럽’ 제품을 보고 아내가 “5월에 판매중지된 약이 아니냐”며 핀잔을 줬기 때문이다.
금시초문이었던 A씨는 부랴부랴 약국에 전화해 물어봤고, 약사로부터 “대원제약 일부 제품이 회수된 것은 맞다. 하지만 해열제만 해당되고 기침약과 콧물약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약사의 답변이 아니었더라면 A씨의 주말은 살벌한 표정의 아내로 인해 악몽으로 변했을 것이다.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일종의 헤프닝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시럽 형태의 콜대원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잠정 제조·판매중지 조치를 받은 제품은 대원제약의 ‘콜대원 키즈펜시럽’ 제품. 맑은 액상과 현탁액상이 제대로 섞이지 않는 ‘상분리 현상’이 문제가 됐다.
현재 콜대원은 콜대원키즈펜시럽 외에도 △콜대원키즈이부펜시럽 △콜대원키즈 콜드시럽 △콜대원키즈 코프시럽 △콜대원키즈 노즈에스 시럽 등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콜대원키즈펜시럽’ 하나지만, 소비자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다른 콜대원시럽 제품들에 대한 구매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현장에서 콜대원시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체감되느냐는 물음에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지만, 맘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불안해서 사기가 꺼려진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콜대원 키즈펜시럽이 논란이 되기 전에는 ‘빨간챔프’로 불리는 동아제약의 ‘챔프시럽(아세트아미노펜)’ 일부 제품에서 흰색 시럽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조사결과 진균이 기준치 이상 초과 검출되면서 강제회수 및 제조·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어린이 해열제 시장에서 1위였던 ‘챔프’에서 문제가 발생해 ‘콜대원’으로 옮겨갔던 소비자들로서는 어떤 제품을 믿어야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3세 아이를 둔 B씨는 “챔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콜대원을 사뒀는데, 콜대원 제품도 문제가 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약국에 가도 대체품이 없어서 일단 사놓은 제품을 먹이고는 있는데 속상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약국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챔프시럽 회수조치 이후 콜대원 제품을 비치해뒀는데, 콜대원키즈펜시럽도 문제가 되면서 대체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장의 혼선이 가중되자, 식약처는 지난 2일 아세트아미노펜 시럽제 ‘내린다시럽’ 생산업체 텔콘알에프제약을 찾아 시럽제 생산시설을 시찰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특정업체 ‘밀어주기’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언제쯤 대체품이 원활하게 공급될지 여부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대체의약품은 식약처가 언급한 텔콘알에프제약의 ‘내린다시럽’ △맥널티제약의 ‘신비아시럽’ △삼아제약의 ‘세토펜건조시럽’ △신일제약의 ‘파세몰시럽’ △조아제약의 ‘나스펜시럽’ △한국존슨앤드존슨의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등이다.
식약처가 해당 제약사들에게 일제히 증산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상 아세트아미노펜 시럽 부문 시장 1·2위로 꼽히던 제품들이 줄줄이 판매중지 되면서 어린이 해열제 품귀현상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한편 ‘콜대원키즈펜시럽’에서 문제가 된 상분리 현상은 일반적인 현탁제품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다. 중력 등으로 인해 가루성분의 약품이 바닥에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에 현탁제를 복용할 때는 사용 직전에 잘 흔들어서 내용물이 충분히 섞이도록 한 다음에 섭취해야 한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제품 한포를 전부 먹지 않고 나이나 체중에 따라 소분해서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탁액을 제대로 섞지 않고 복용할 경우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다하게 복용하거나 약효가 없는 시럽 부분만 먹는 등 제대로 된 복용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약을 줄 때 이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식약처 역시도 “소비자 문의에 따라 진행한 제품의 상 분리 현상에 대한 안전성 조사 결과 제조공정과 품질관리에 위반은 없었고 상분리 제품의 분할 복용시 주성분의 양이 다소 적거나 많아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해도 실제 위험성은 낮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