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성장 이뤄냈던 일본 경제
1980년대 이전까지 일본 경제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정부와 기업이 하나로 뭉쳐서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의 관료제 문화와 연결되면서 일본의 경제를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에는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면 날개 돋힌 듯이 팔려나갈 수 있었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일본 정부가 산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자금을 제공하면 기업들은 해당 제품을 생산하면 된다. 소비자는 품질이 좋으면서 저렴한 ‘일제’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에 일본의 경제 성장이 비약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호송선단식 경제의 문제
일본 정부라는 호위함을 대동한 일본 기업이 전세계 경제 바다에서 누빌 수 있게 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호송선단식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심각한 정경유착과 경직된 경제구조였다. 이로 인해 부정부패 문제에 취약했다. 방만한 경영을 하고 버블 확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경제는 버블 경제로 접어들게 되면서 그에 따라 점차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블 경제 이후 일본 경제가 주저앉게 된 것도 호송선단식 경제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그동안 일본 정부만 쳐다보고 경영활동을 했지만 더 이상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의 방패막이 노릇을 해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 기업이 투자를 해야 할 곳은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경직된 현상이 발생했다. 일본이 전자산업이 붕괴된 이유는 호송선단식 경제 체제가 붕괴되는 과정 속에서 기민하게 대응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전자기업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아울러 2000년대 들어서면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일본 전자산업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일본 전자산업 기업들은 일본 정부가 그동안 제시한 청사진 대로 움직였는데 이제는 그러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 내리는 것을 주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일본 전자산업은 자국의 내수 시장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면서 과감한 투자 대신 내수 시장 지키기에만 혈안이 됐다. 그 이유는 세계라는 바다에 뛰어들기에는 선단을 지켜주는 호송선단 즉 일본 정부가 더 이상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사례가 파나소닉으로 이미 한계를 드러낸 PDP에 거액의 투자를 보면서 손실을 보았다는 점이다. 즉, 일본 기업의 특징이 자신이 한때 주도했던 제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끌어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 호송선단식 경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 유수 투자가들의 일본 반도체 산업의 투자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일본 산업계가 아직도 호송선단식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 반도체 산업 투자가 ‘득’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가 됐다. 과거 호송선단식 경제 구조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전세계의 해류 속에서 제대로 선단이 항해를 할지는 미지수이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