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불고기 젖소 DNA 검출…방심위 사후조치 이유로 ‘권고’ 의결
“사과문 올린 것 말고 공영홈쇼핑이 뭘 했나” 납품업체는 ‘분통’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됐던 공영홈쇼핑의 ‘한우불고기 젖소 DNA 검출’ 문제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후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이 근거였다.
하지만 방심위의 결정과 관련해 제품을 납품했던 A업체 측은 “사과문 올린 것 말고 공영홈쇼핑이 무슨 사후조치를 했느냐고 묻고 싶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금치 못했다.
이 회사는 “논란이 터지고 나서 제품 회수와 환불 조치까지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영홈쇼핑에서 문제가 된 제품 외에 다른 한우 제품들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며 책임회피 및 갑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공영홈쇼핑 한우불고기 젖소 DNA 관련…방심위 ‘권고’ 결정
사후조치 했다는 공영홈쇼핑, 납품업체 측은 “뭐 했나” 분통
지난 3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심의소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심의규정을 어긴 ‘공영홈쇼핑’을 상대로 권고 결정을 내렸다.
방심위 측 관계자는 “판매중단 및 환불 등 사후조치를 진행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권고 의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근거가 된 조항은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5조2항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은 진실하여야 하며, 허위 또는 기만적인 내용을 방송해서는 아니된다, 6조2항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자는 이를 즉시 해결하여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등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12월19일 진행된 제44차 광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위원들은 ‘의견진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여기서 공영홈쇼핑 측의 석연치 않은 주장도 일부 포착됐다.
회의록에는 공영홈쇼핑 자체점검 결과 젖소형 DNA가 검출됨에 따라 9월6일 편성을 중단했고, 10월18일 언론보도 이후 10월19일 구매수량에 대한 환불조치를 시행했으며, 10월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의 지적이 이어졌다고 밝혔지만 본지 취재로 확인된 수순과는 달랐다.
본지가 [단독] 공영홈쇼핑, 젖소 DNA 논란…의도적 직무유기? 기사를 작성하며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2023년 8월29일 한우불고기 제품을 구매해 9월1일 품질공인기관에 한우DNA검사를 의뢰하고 9월5일 검사의뢰 결과를 받았다. 본격적으로 방송편성 반납(10월18일)과 환불절차(10월19일) 관련 공문이 오간 것은 10월 중순 경의 일이다.
공영홈쇼핑의 미흡했던 후속조치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말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제품이 팔려나가고 한달이 넘도록 소비자들에게 공지 하나 없다가 지적을 받고 나서야 뒤늦게 사과문을 올리고 후속조치에 나섰다”며 맹비난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본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 결정과 관련해 납품업체인 A사를 접촉해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A사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에서 우리를 사기죄로 고발했는데, 인천광역시 행정처분 받으면서도 실수로 ‘혼입’된 것이지 고의로 넣은게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다. 이번에 방심위 결과가 권고로 나왔는데 우리 측에서 후속조치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사과문 올린 것 말고 공영홈쇼핑이 무슨 사후조치를 했느냐고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이 관계자는 “회수와 환불까지 다 떠안았는데 여전히 공영홈쇼핑에서는 문제가 된 제품 외 다른 제품들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한우 제품에 대한 DNA 전수검사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감사가 끝날 때까지는 판매 못한다는데 할 일은 해야할게 아니냐. 뚜렷한 이유없이 이러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호소했다.
현재 해당 업체는 홈쇼핑 판매 전체중단을 고민하고 있으며, 공영홈쇼핑을 상대로 피해소송까지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감사도 인사청문회 이유로 ‘중단’
공영홈쇼핑의 시간끌기…조성호 리더십, 이대로 괜찮나
공영홈쇼핑 측에서는 ‘감사’를 이유로 들었지만, 정작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하던 대규모 감사는 인사청문회를 이유로 중단됐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후보자였던 지난해 12월21일 인사청문회에서 공영홈쇼핑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조속히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임 장관인 이영 전 장관에 이어 오영주 신임 장관까지 ‘공영홈쇼핑’을 눈여겨보기로 하면서, 공영홈쇼핑 수장인 조성호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2021년 9월 NS홈쇼핑 출신의 조성호 대표가 취임할 당시만 하더라도 홈쇼핑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라며 안팎으로 기대감이 높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부친상 직원 강제동원 논란 ▲유창오 전 상임감사의 횡령 의혹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등 숱한 문제들이 끊이질 않았다.
여기에 최근 본지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에서 판매한 LA갈비 제품 일부가 방송과는 너무 다르게 90%가 뼈와 기름인데도 불구하고 제품관리 등을 총괄하는 공영홈쇼핑에서는 숨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MD 관련 업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설사 납품 받은 제품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결국 소비자들은 유통채널을 믿고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유통사가 사과하고 환불조치를 해야 한다”며 “납품업체가 먼저 환불을 진행하는데 전략수립 및 지원을 맡은 유통사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뒤늦게 생색낸다면 당연히 일반적이지 않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공영홈쇼핑의 설립 취지 자체가 ‘중소기업과 농축산어민의 판로 지원’인데도 불구하고, 입맛에 따라 방송편성을 몰아줬다가 불리하면 제외하는 형태는 공영홈쇼핑의 존재 의미를 희석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9월까지가 임기인 조성호 대표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본지는 공영홈쇼핑으로부터 답변을 듣기 위해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31일 15시05분 현재까지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