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홈쇼핑, 납품업체에 제기한 사기‧원산지표기법 위반…전부 ‘무혐의’ 결론
퇴사한 A본부장이 대표에 보고 안했다? 책임 떠넘기기 비판 목소리도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영홈쇼핑을 상대로 진행했던 대규모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됐던 ‘한우불고기 젖소 DNA 검출’ 및 ‘대표이사 부친상 직원 동원’ 관련 결과지만, 실질적으로 중징계를 받은 이들은 실무자들이고 최종 책임을 져야 할 대표이사는 징계 명단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9월 임기종료를 목전에 둔 조성호 대표이사가 퇴사한 A본부장에게 책임을 전가한 의도적인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젖소DNA 검출’ 관련해서는 협력사 측에서 발 빠르게 반품비용 및 콜비까지 전부 부담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사 자격제한 검토를 소홀히 한 관련자’를 상대로 한 징계처분과 함께, 현재는 퇴사한 A본부장이 대표에게 보고를 안했다고 명시돼 마치 협력사와 A본부장에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해당 논란과 관련해 공영홈쇼핑 측이 협력사를 상대로 ‘사기죄’와 ‘원산지표기법 위반’ 등 고소를 진행했던 것이 경찰 단계에서 일제히 무혐의 종결된 만큼, 장기간 감사의 결과와 실제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를 통해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공영홈쇼핑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시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지적을 받았던 ▲한우불고기 젖소DNA 검출 논란 ▲대표이사 부친상 직원 동원 및 출장비 지원 의혹 ▲협력사의 공영홈쇼핑 직원 폭행대응 미흡 ▲상임감사 법인카드 및 관용차 사적사용 등에 대한 감사결과가 담겼다.
특히 젖소DNA 검출과 관련해서는 A본부장이 한우불고기의 젖소 DNA 검출결과를 최초 보고 받으면서 추석기간 판매부진을 우려해 해당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은폐하고, 대표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고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중지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중기부는 공영홈쇼핑에 부당한 업무지시와 부적정한 업무처리를 방임한 A본부장 등 8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의 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중기부의 감사결과대로라면, 젖소DNA 검출과 관련해 A본부장이 독단적으로 모든 일을 처리했고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까지 공영홈쇼핑 조성호 대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본지가 수차례의 언론보도 등을 통해 취재해온 내용과는 다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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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위와 같이 여러 건의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파악한 내용들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봤다. 해당 타임테이블은 2023년 기준이다.
8월29일 공영홈쇼핑이 한우불고기 제품 구매
9월1일 품질공인기관에 한우DNA검사 의뢰
9월5일 검사의뢰 결과 젖소형 DNA검출 확인
9월6일 납품업체에 검사결과 통보 및 편성중단
9월7일 납품업체에서 출고정지 조치
10월18일 방송편성 반납 관련 공문 전달
10월19일 환불절차 관련 공문 전달
10월20일 납품업체가 공영홈쇼핑에 한우불고기 DNA 전수검사 요청
11월1일 납품업체가 다시 공영홈쇼핑에 공문을 보냄
11월초 납품업체 측이 공영홈쇼핑의 고소 인지(농산물원산지표시법위반 및 특경법 사기 등)
11월8일 인천시에서 행정처분 사전통지 후 제품수거
11월23일 행정처분 결과 ‘품목제조정지 15일’ 경미한 처분
일자별로 사안이 촘촘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9월초에서 10월초까지 약 한달 간이 비어있다. 해당기간 동안 납품업체 측에서는 공영홈쇼핑 조성호 대표를 비롯한 이들과 접촉해 설명을 듣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본지가 최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후 고소고발이 진행되고 나서 납품업체 B모 회장은 공영홈쇼핑 조성호 대표와 연락이 닿았고 “전액환불과 피해보상, 생산 전면중단 및 재발방지책 제시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는데 사기죄로 고소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항의했다.
이에 대해 조성호 대표는 “미안하게 됐다. 사기죄 고소라도 안하면 우리 상황이 더 곤란해지는 것을 잘 아시지 않느냐. 제가 기회 봐서 여론이 좀 잠잠해지고 중기부의 집중감사도 어느 정도 일단락 되면 고소취하를 고려해볼테니 양해 좀 해달라”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실제로 납품업체 측에서는 “A본부장이 조성호 대표에게 해당 내용을 공유하지 않아서 정말로 몰랐던 상황이었다면, 그런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사기죄 고소라도 안하면 곤란해진다는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회사의 안위를 위해서 고소를 했다는 뜻 아니겠나”라며 “이해를 할 수 없다. 해당 사건으로 회사도 너무 큰 피해를 입었다. 추후 명예훼손 등 혐의로 형사고소를,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혀왔다.
본지는 실제로 조성호 대표가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관련 내용을 질의했지만 조 대표는 짜증 섞인 어조로 즉답을 피했다. 조 대표는 “감사 관련해서 궁금한게 있으면 중기부 감사실에 묻든지 홍보실에 묻든지 하시라”며 “그걸 내가 어떻게 일일이 설명을 하느냐. 감사결과가 나왔으면 그대로지 내가 왜 또다시 이야기해야 하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영홈쇼핑이 납품업체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던 농산물원산지표시법위반 및 특경법 사기 등의 혐의는 경찰 단계에서 깔끔하게 무혐의 종결됐다. 인천광역시에서 진행한 행정처분 역시도 ‘품목제조정지 15일’의 경미한 처분에 그쳤다.
이는 전체 19톤(1만9000kg)의 한우불고기 제품에 젖소고기가 일부(52kg) 혼입된 것은 사실이지만, 납품업체 측에서 “작업자의 실수로 젖소가 일부 혼입됐다”고 밝힌 바 있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환불조치 등을 성실히 이행했으며 고의성을 추정할 만한 대목을 찾아볼 수는 없었기에 무혐의 결론이 난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는 중소기업 판로개척을 위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공영홈쇼핑’이 납품업체 핑계를 대면서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고 수차례에 걸쳐 지적한 바 있다.
공영홈쇼핑이 제기한 각종 고소‧고발이 무혐의로 결론난 가운데, 장기간 감사 끝에 나온 보고서 마저도 실무자에 대한 중징계와 협력사 자격제한 등의 내용이 담기면서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사안에 대해 감사결과까지 나왔지만 미흡한 점이 있다면 다시 국정감사에서 지적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감사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모든게 끝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