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노비와는 또 다른 존재 머슴
[역사속 경제리뷰] 노비와는 또 다른 존재 머슴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2.03.08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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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머슴은 ‘주로 농가에 고용돼 그 집의 농사일과 잡일을 해주고 대가를 받는 사내’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노비’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노비는 하층민을 이야기하고, 머슴은 ‘양인’이다. 즉, 양인으로 자발적으로 부유한 집에 들어가 급여와 숙식을 제공받고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일년치 봉급을 한꺼번에 받는데 이를 새경이라고 부른다.

노비와 다른 존재

머슴은 고용된 사람에게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신분은 양인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고용된 사람을 떠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고용될 수 있다. 노비는 태어날 때부터 한 주인을 섬기게 되면 죽을 때까지 그 주인에 예속되지만 머슴은 언제든지 고용주를 교체할 수 있다. 머슴은 양인이 대부분이지만 몰락한 양반가 사람일 수 있다. 양반이라고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머슴살이를 하는 경우가 흔했다. 고용주에 대한 호칭도 자유롭다. 노비라면 그 집안의 나이 어린 소년에게 ‘도련님’이라고 불렀지만 머슴은 그냥 이름을 불렀다. 나이 어린 소년도 머슴이 나이가 많다면 존대를 해야 했고, 머슴을 자기 딸과 혼인 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소설 봄·봄의 주인공은 주인집 딸을 아내로 맞기 위해 3년 7개월이나 새경도 받지 않고 머슴일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마님은 왜 돌쇠에게 흰밥을 먹였을까’라고 할 때 돌쇠는 ‘머슴’으로 양인이다. 노비가 아니다. 돌쇠나 마당쇠를 흔히 노비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연히 양인으로 머슴이다. 돌쇠는 조선왕조실록에 돌금(乭金)으로 표기될 정도로 일반 백성의 이름이다. 머슴은 군역을 지는 양인이다. 이런 이유로 고용주 여성은 머슴을 함부로 하대할 수 없었다.

머슴밥 유래

농번기가 되면 유일하게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머슴이다. 그런 이유로 고용주보다 더 좋은 밥을 먹여야 했다. 고된 육체 노동 때문에 고용주는 중노동을 하지 않는 집안의 나머지 사람들에 비해 많은 밥을 머슴에게 먹였다. 이런 이유로 머슴밥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왜냐하면 식사 대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다음해 머슴은 다른 고용주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머슴에게도 소문이 나기도 하기 때문에 고용주는 머슴에게 밥을 잘 먹이고, 대접을 잘했다. 머슴은 갑오개혁 이후 더 좋은 대접을 받았다. 왜냐하면 갑오개혁으로 신분제도가 사라지고 노비들이 해방되면서 양반가나 대지주는 일을 시키기 위해 머슴을 고용했다. 이에 많은 노비들이 머슴으로 전환됐다. 노비들 상당수는 해방시켜준 자신의 주인집에 머슴으로 들어갔다. 노비가 해방되면서 이름을 갖게 되자 노비도 성(姓)을 갖게 됐는데 주로 주인집 성(姓)을 따랐다. 우리나라에 이(李), 김(金), 박(朴) 성씨가 많은 이유는 주로 이들 집안에서 노비로 있다가 노비 해방 된 이후 머슴으로 생활하면서 성씨를 가졌기 때문이다. 진짜 양반가 아니면 주로 노비 생활을 했다가 머슴살이로 전환된 사람들이 성씨를 가지게 되면서 이들 성씨 인구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갑오개혁 이후 관가에서도 해방된 노비에게 "너의 주인이 누구였더냐"라고 해서 해방된 노비가 "XX골 김서생이옵니다"라고 하면 "오늘부터 너의 성은 '김씨'로 해라"는 식으로 이뤄졌다. 머슴은 산업화가 진행되기 전인 1960년대까지 존재했다. 1950년에는 우리나라에 27만명의 머슴이 존재한 것으로 기록됐다.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북한군이 쳐들어와서 머슴들에게 땅을 나눠준다고 약속을 하자 많은 수의 머슴이 북한군에 동조하기도 했다. 1960년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일자리가 농촌에 비해 도시에 많아지기 시작하자 머슴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머슴이 산업 노동자로 전환됐다. 오늘날 기업에 소속돼서 직장생활 하는 사람들은 머슴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슴이 현대에 들어와서는 ‘월급쟁이’가 된 것이다. 그 월급쟁이는 오늘도 고용주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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