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준 칼럼] 삼성그룹의 도전과 위기(11) : 낸드플래시 개발과 디자인혁신
[정인준 칼럼] 삼성그룹의 도전과 위기(11) : 낸드플래시 개발과 디자인혁신
  • 정인준
  • 승인 2022.06.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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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2001년 8월 이건희 회장은 이윤수 반도체총괄사장, 황창규 메모리사업부장 등을 도쿄 오쿠라 호텔로 불러 당시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인 도시바로 부터 낸드 플래시 합작 개발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를 논의했다. 호텔 인근 자쿠로 식당에서 논의를 지속한 결과 이건희 회장은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합작 개발보다는 독자적인 개발을 결정하면서 D램 신화에 이은 플래시 메모리 신화의 시작이 되었다. 삼성은 플래시 메모리의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만에 PC본체 뒷면에 있던 USB포트를 앞면에 배치하도록 마케팅하면서 손가락만한 USB를 판매하는 등 USB메모리의 성장으로 2003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60%가 넘는 점유율을 올리며 1년 만에 도시바를 추월하고, 세계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게 된다.
삼성이 2001년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키울 당시 인텔과 AMD가 주도한 노어(NOR) 타입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었고, 낸드(NAND) 타입은 10%에 불과했는데, 삼성이 노키아를 설득, 노키아가 원하는 대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만들어 주면서 이후 시장은 낸드플래시 점유율이 90%를 점하게 된다. 2005년 낸드플래시 시장이 공급과잉에 빠지자, 삼성은 MP플레이어를 제조하던 애플(Apple)을 찾아 “얇고 가벼운 제품을 만들려면 하드 디스크대신, 플래시메모리를 써야 한다.”고 설득, 결과적으로 애플의 히트작 ‘아이팟 나노’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2010년 경 승지원에서 액정, 플라즈마 등 디스플레이 시장에 관한 토론에 참가했던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캐논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1990년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초기 액정 TV, 이후 반도체 분야 육성 지금은 스마트 폰으로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었다며 “시대의 흐름을 읽고, 기술의 흐름을 아는 선견지명이 있었으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결정은 스스로 하는 큰 결단력으로 삼성의 변화와 혁신을 이룩한 리더쉽을 겸비한 사람”으로 회고했다.

디자인 혁신

1988년 이건희 회장은 취임 후 “앞으로 디자인이 중요하니 수백만 달러를 주더라도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를 데려와 디자인 혁신을 해라. 디자인이 떨어지면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표명하였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1991년 ‘삼성디자인 센터를 설립하였는데, 7-10년 후 이건희 회장의 말은 현실이 되면서 디자인 시대의 도래를 예견한 탁월한 선견지명을 보여주었다. 1990년 삼성전자 디자인 고문으로 영입된 후쿠다 타미오(福田民郞) 일본 교토공예섬유대학명예교수는 1993년 6월6일 프랑크푸르트 출장을 앞둔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 경영진과 디자인 부서 간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업무가 비효율적이고 경영진이 디자인에 대해 무지하다’는 이른바 ‘후쿠다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건희 회장이 후쿠다 교수의 보고서에서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경청(傾聽)’ 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것이 디자인이 위력을 발휘한 ‘보르도 TV’ 개발이다. 1978년 TV시장에 진출한 후 34년간 후발 주자에 머물었던 삼성전자는 2005년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1위를 할 수 있는 TV를 내어 놓으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를 받고 블루오션 전략을 채택한다. 당시 삼성전자의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4.6%로 아날로그 기술이 중심인 브라운관 TV가 10대 중 9대로 기존 기술로 삼성이 일본을 따라잡거나, 앞선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던 삼성전자는 LCD TV에 승부를 걸었고, 디자인은 붉은색 와인을 바닥에 머금은 와인 잔을 연상시키는 보르도 TV를 탄생시켰다. 2006년 출시와 함께 보르도 TV는 이듬해 나온 차기 제품까지 1,000만대가 팔리면서 소니TV를 제치고 삼성TV를 단숨에 세계1위로 끌어 올렸다. 이건희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新경영 선언’(1993년)을 통해 ‘인재경영’과 ‘창조경영’을 내세우는 한편, 디자인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경쟁력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디자인과 경영이 별개가 아니라는 ‘디자인 경영론’을 제시함으로써 삼성의 혁신과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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