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885년 4월 10일은 최초의 서양식 왕립병원인 제중원이 설립된 날이다. 설립 당시 이름은 광혜원(廣惠院)이었다. 다만 개원 13일 만에 고종은 ‘중생을 구제하는 집’이라는 뜻의 제중원(濟衆院)이란 이름을 하사했다.
제중원이 연세대병원의 전신이라는 주장에 대해 서울대병원에서는 고종이 설립한 병원이기 때문에 연세대병원의 전신이 아니라 오히려 서울대병원의 전신이 아니냐는 정체성 다툼도 있다.
갑신정변 이후
1884년 갑신정변 당시 명성왕후 인척이자 측근이었던 민영익이 개화파 자객에 피습을 당하면서 중태에 빠졌다. 이때 묄렌도르프가 미국인 선교사 의사였던 호러스 뉴턴 알렌을 고종에게 추천했다. 알렌은 민영익의 목숨을 구하고 소생했다. 이에 감복한 고종은 알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선물을 하고자 했고, 알렌은 서양식 병원 설립을 제의했다.
근대적 의료기관은 1877년 부산의 제생의원을 시작으로 1883년 원산 생생의원, 인천 일본영 사관부속병원, 서울 일본관의원 등 여러 곳이 세워지고 있었다. 다만 이들 병원은 조선 땅에 거주하는 일본인 혹은 외국인을 위해 세워진 의료기관이었다.
이에 조선 백성을 위한 의료기관인 제중원을 이날 설립하게 된 것이다. 설립 목적이 조선 백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제중원’으로 이름을 개명했다.
조선 왕실은 건물, 운영비, 병원 업무를 보조하는 주사 등을 제공하고, 미국 선교회가 의사, 강호사, 일부 운영비 등을 제공하는 합작 병원 형태였다.
그리고 1886년 3월 29일에는 16명의 학생으로 '제중원의학교'가 문을 열어 한국 최초의 서양의학 교육이 시작됐다.
다만 1891년 이후 제중원 운여진과 조선 정부와의 갈등이 불거졌다. 그리고 1894년 9월 제중원 운영권이 조선 정부에서 미국 북장로회 선교부로 이관됐다. 이로써 왕립의료기관에서 사립 선교 의료기관으로 변신했다.
미국에게 기대고 싶었던 고종
고종이 제중원을 미국 북장로회 선교부에 운영권을 넘겨준 이유는 일본의 국내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국이 일본을 견제해줄 것이라고 판단해서 제중원의 운영권을 미국에게 넘겨주고 일본을 견제해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에게 한반도를 넘겨주면서 고종의 뒷통수를 제대로 때렸다.
이후 제중원 운영권을 차지했지만 늘어나는 환자를 감당하기 힘들면서 병원 확장을 꾀하게 됐다. 이에 서울지부 선교사들은 미국 클리블랜드의 부호 세브란스에게 한국의 의료 및 선교 상황을 전달하고 그를 설득하여 거액의 기부금을 받아왔다. 그리고 확장된 병원이 개원하게 됐는데 기부자의 이름을 따셔 ‘세브란스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제중원 의학교 역시 세브란스 의학교로 명칭을 바꾸었다.
이후 1907년에는 국립 의료기관 ‘대한의원’이 설립된다. 세브란스 병원은 연세대 의료원의 모체가 되고, 대한의원은 서울대병원의 모체가 됐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대병원이 제중원이 왕실병원이라는 점에서 서울대병원의 기원이 됐다는 주장을 하면서 정통성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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