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파묘 얼굴 글씨 논란, 자자형·낙인 그리고 주홍글씨
[오늘 통한 과거리뷰] 파묘 얼굴 글씨 논란, 자자형·낙인 그리고 주홍글씨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4.03.13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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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고은 SNS
사진=김고은 SNS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영화 ‘파묘’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들의 트집잡기가 도를 넘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얼굴에 한자를 새긴 설정이 논란이 된 것이다. 봉길역의 이도현은 질병과 액을 막고 귀신과 마귀를 퇴치하는 축경(태을보신경)을 온몸에 새겼다. 그러자 김고은(화림 역)과 최민식(상덕 역), 유해진(영근 역)이 얼굴에 금강경을 새긴 채 무덤으로 향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를 두고 중국인들은 우스꽝스럽다면서 비웃었다. 중국인들은 중국에서는 얼굴에 글을 쓰거나 새기는 행위는 매우 모욕적이고 굴욕스런 행위라면서 한국인들은 얼굴에 모르는 한자를 쓴다는 것이 참으로 우스꽝스럽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누리꾼들은 “저건 단순 한자가 아니라 주술행위”라면서 자신의 몸을 지키려고 쓴 축경이고, 파묘는 한국 영화이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비춰봤을 때 전혀 모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얼굴에 글씨 쓰는 형벌, 자자형(刺字刑)

과거 죄인의 얼굴에 글씨를 새기는 등의 형벌이 있었다. 바로 자자형이다. 자자형은 죄인의 얼굴이나 팔에 죄명을 문신하는 형벌이다. 죄인의 몸에 상처를 내고 먹물로 글자를 새겨 전과를 표시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주나라 시절부터 전해오는 형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초 대명률을 적용하면서 들여왔지만 수위를 낮춰 시행하다가 1740년(영조18) 형이 잔혹하다 하여 왕이 직접 폐지했다. 즉, 자자형은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형벌이다. 낙인은 달궈진 도장으로 인을 새기는 것을 말한다. 뜨겁게 달구는 금속으로 된 도장을 주로 사용해서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에 고의적으로 화상을 입혀 지워지지 않은 표식을 남기는 것이다. 노예나 가축의 소유권을 표시하기 위해 주로 사용됐다. 즉, 자자형은 사람의 얼굴이나 팔에 죄명을 새기는 형벌의 개념이 강하다면 낙인은 노예나 동물의 소유권을 확인하는 용도였다. 다시 말하면 자자형은 형사법적인 문제라면, 낙인은 ‘민사법’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주홍글씨’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죄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평생동안 따라다니는 정도를 넘어, 죽은 이후에도 잊힐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꼬리표 같은 것을 일컫는 관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관용어다. 주홍글씨는 미국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 글자’에서 따왔다. 주홍 글자는 주인공의 노력으로 ‘주홍 글자’가 점차 긍정적인 의미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홍글씨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고, 죽은 후에도 잊힐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조롱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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